태양신이 쓰러져서 생태계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도 벌써 나흘째. 천계가 뒤집혀버린 것도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경로는- 따로 있었다.

티아모는 자신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뱀 신에게 호의를 표하기 위해, 뱀 신의 그녀인 리아- 인간들에게 버림을 받은, 하지만 신 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에게 작은 수호를 내렸다.

‘그녀가 위험해지면, 바로 내가 달려올 것 입니다.’

작은 수호라 할 지라도 오선급의 태양신이 내린 수호는 그 누구도 깰 수 없다. 그리고 그 수호와 동시에 뱀 신의 결계에 자신의 결계를 덧대었다. 그 결계 또한 깨지면, 바로 티아모 그녀가 알 수 있는 방식 이었다.

“일 엄청 많네- 해도해도 끝이 없어...”
“쉬엄쉬엄 해, 티아. 혹사 시킬 필요까지는-...”
‘쨍그랑!!’
“...!!”
그녀의 귓가에 위험 신호가 들려왔다.
아주 날카롭고, 시끄러운, 그리고 거슬리는 위험신호가. 그 위험신호는-

“!!! 아가씨가 위험해!!”

티아모는 곧바로 뱀 신의 영역으로 날아갔다.

“티아...! 왜그래...!”
다급히 그녀를 따라온 에이치가 물었다.
“결계가... 깨졌어...! 이놈의 뱀 신은 뭐하고 있는거야!!!”
“결계가...?! 그럼 리아님이...!”
“수호도 깨지려 하고 있어. 이러다간 정말 아가씨가...!!”

그녀는 더욱 속도를 내어 빠르게 뱀 신 영역에 강림했다.

주변은 다른 잡 신들의 냄새로 가득했다. 그리고 피 냄새도. 그 냄새는-

“아가씨의 피 냄새...”
“..!”
한 쪽에서는 뱀 신의 동료인듯한 신들이 모여서 함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신들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는 안 돼. 아가씨를 한시 빨리 찾아야해.”
그녀의 이마에서 작은 태양 무늬가 빛이 나기 시작했다.
“티아...? 설마 너 권능을 쓰려고...!”
“너무 걱정하지마, 에이치. 이 힘은 약한 자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 그리고 신은 그 약한 자를 지키는 자이지...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마. 아가씨, 꼭 찾아줘.”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흘 째 의식 불명인 상태이다.

아직 신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에게, 권능을 쓰는 것은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권능을 쓰고 나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에이치와 뱀 신, 다른 신들이 리아를 찾아 데려올 때 까지 그녀는 그 곳에서 계속해서 잡 신들과 싸웠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녀는 리아를 치료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녀는- 그 상냥한 태양 신은- 리아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하자 마자 쓰러져버렸다.


“티아... 제발... 눈 떠줘...” 에이치가 누운채 미동도 없는 티아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
순간 티아모의 손이 움찔- 하고 움직였다.
“티아...?!”
에이치는 놀란 눈으로 티아모를 바라보았다.
“으음...윽... 에이치....”
“티아...! 나... 나 여기에 있어!”
“응... 아... 온 몸이 아프네... 마치 몽둥이로 마구 맞은 것 같아...”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배시시 웃으며 에이치에게 농담을 건냈다.

“티아.... 너.... 너... 나흘 동안 안 깨어났어... 얼마나 걱정했다고...”
에이치가 울먹이며 말했다.
“헤헤... 미안... 그나저나... 아가씨는...? 무사한거지...?” 그녀는 심각한 자신의 몸 보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리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응. 걱정마.. 지금 회복 중이라고 했어...”
“다행이네... 몸 다 나으면... 보러가도 되려나...🎵”
그녀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지키는데에 성공한 그녀의 미소는, 그 어느 태양 빛 보다 찬란했다.

Posted by 슝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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