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이 요선의 방 문에 스며들어왔다.
어제까지 야근을 하다 새벽이 되어 들어온 요선은 아직도 꿈나라였다.
힘이 쇠약해진 만큼, 그의 체력은 점점 일반 인간과 비슷해지었고 금산이와 명이의 걱정을 사기 일쑤였다. 그런 그의 단잠을 깨우는 요란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피곤과 잠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아직 주무십니까? 일어나세요. 집 앞입니다. 문 열고 들어갑니다?”
요선이 뭐라 하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와 요선의 방으로 직행했다.
“아... 왔어.....”
이불과 한 몸이 되어버린 요선을 보며 그 남자는 커튼을 확 걷어버렸다.
“일어나세요. 회의에 늦을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듯 요선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를 능숙하게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눈 좀 떠보세요!”
“아... 응.”
요선은 칫솔질을 하며 눈을 꿈벅 거렸고, 그 사이 남자는 옷을 준비했다.
“으으... 하루만 휴가 내고 싶다...”
“여기 옷 입니다.”
그가 옷가지를 건내자 요선은 받아들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요선은 작은 체격이었지만 비율이 좋아서인지 어떤 옷이든 잘 어울렸다. 그런 그가 가장 즐겨 입는옷은 두루마기 정장이었다.
“산아. 나 어때?” 요선은 이내 단장을 마치고는 그 남자를 돌아보며 웃었다.
“멋지십니다. 자자 어서 출발하죠.”
산이라고 불리는 그 남자는 요선을 차에 태웠다.
강 산.
그는 요선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가문의 자손이었다. 수백년 전에 우연히 길 잃은 아이를 도와준 인연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요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참. 오늘 금산이 데리러 가야해.”
“네. 회의 끝나면 대충 시간 맞을 것 같습니다.”
“아... 출근 싫어. 명이랑 금산이랑 하루종일 놀고 싶다...”
“그런 분이 어제 새벽까지 일을 하십니까? 몸도 안 좋으신 분이.”
“하하. 그건 그렇지... 인간 세상은 재밌다보니 나도 모르게.”
산은 한숨을 푹 쉬고는 운전에 집중을 하였다. 요선은 창 밖을 보며 왠지 모르는 애수에 잠기었다.
금산이 하교할 시간이 되어 두 사람은 서화대학교. 금산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향하였다. 요선의 차가 신기한 듯 몇몇 대학생들이 지나가며 쳐다보곤 하였다.
“인간 아이들은 역시 귀여워.”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가 아닙니다만.”
“그런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 산아.”
둘이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고 있을 즈음, 저 멀리 금산이가 여러 학생들과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금산이는 인간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후후, 우리 금산이... 잘 적응하고 있네.”
산은 금산이 다가오는 것에 맞춰 그 앞에 차를 세웠다.
“금산이도 이제 인간들이랑 친하게 지내는구나.” 나긋한 목소리로 요선이 말하자, 금산은 방금 태운 제 머리를 만지작 대며,
“형님이 알려주신대로만 하고 있는데요, 뭘...”
요선은 아직까지 인간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금산이 안타까웠다. 인간이 제 몸에 닿는 것도 싫어하는 금산이를 알기에, 요선은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금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잘하고 있어.” 하고 웃었다.
그런 그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금산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었다. 수 백년을 같이 지내도, 요선이 금산을 칭찬하면 언제나 이렇게 볼을 빨갛게 붉히었다. 요선은 그런 금산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명이는 이미 도착했나봐. 우리도 서둘러 가야겠네.”
둘은 명이와 약속을 한 장소로 차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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