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요선이의 얼굴에서 여유 있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주륵. 입에서는 한 줄기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요선은 재빠르게 금산이와 명이의 눈치를 보았고, 둘은 모르는 듯 했다. 서둘러 제 옷으로 슥슥 닦아내서는 음식을 구하러 다녀오겠다는 둘을 그는 웃으며 마중했다.
“오늘은... 쉬어야겠네.”
요선은 볕이 잘 드는 나무 아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파랗고 높았다.
“좋은 날이네.”
요선은 기분이 좋은 듯 살랑, 하고 바람을 내보냈다. 그가 보내는 바람은 시원하면서도 기분 좋은 바람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바람을 사랑했다. 햇빛을 따스히 받으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쾅-!”
“...?!”
커다란 굉음과 함께, 요선은 감았던 눈을 떴다.
“뭐지...?”
멀리서 맡아져오는 짐승의 피 냄새. 분명 누군가가 그의 영역 안으로 침범한 듯 하였다. 그는 제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쪽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그가 아끼던 꽃들이 모두 망가져 있었고, 그 위에는 짐승의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아. 그 쪽이 이 영역의 주인?”
“...!”
요선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굉음의 주인인 듯 보이는 도깨비가 피가 묻은 제 입을 닦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소문은 많이 들었어~ 인간을 사랑하다가, 봉인 당했다며?”
“....”
“하하, 도깨비의 수치네!” 그 도깨비는 비웃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인간 따위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되어버린거야 너. 힘도 다 잃고.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있었지?”
“....”
“표정을 보니 맞나보네? 듣자하니 무녀를 사랑했다며? 정말. 바보 아냐? 그 무녀도 정말 멍청하군. 이렇게 봉인이 풀려날 걸 알았다면 봉인을 시도하지도 않았겠지~”
비웃는 그의 얼굴을 노려보다 요선은 그의 목을 순식간에 틀어쥐었다.
“컥...!”
“...그 입 닥쳐. 더러운 그 입으로.... 그녀를 욕되게 하지마.”
“큭... 인간 따위를 사랑한 네 잘못이지. 안그래?”
요선의 주위에 강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닥치라고 했어.”
“인간은, 멍청하고 탐욕스러워. 너도 알잖아?”
“닥쳐!!”
그의 큰 고함과 함께, 주변의 있던 풀들이 세게 흔들렸고 돌풍이 일어 나무를 쓰러뜨렸다.
“윽....” 그리고 요선의 입에 피가 흘러내렸다. 도깨비를 잡은 손에 힘이 빠지었고, 요선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거 봐. 너는 아무것도 못해.”
“....”
요선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주저앉은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었다.
“형님!”
“요선 형님!!”
명이와 금산이었다.
“쳇...”
둘이 다가오자, 그 도깨비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고, 요선은 피를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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