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컾☆

항연요선_신과 도깨비_2

슝블리 2019. 7. 10. 00:50

미련하고 멍청해.
신들이 무녀로 인해 봉인당한 요선에게 한 말들 이었다. 물론 그들은 항연에 의해 모두 입을 다물게 되었지만.



항연은 망연자실하게 요선이 봉인 된 사당 앞에 주저앉았다.
“내 마음을 전하지도 못 했는데. 내 마음을 깨닫기도 전에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지?”
항연이 난생 처음 흘린 눈물은, 사당 앞 땅을 가득 적시고도 남았다.



수 백년이 지나면서 사당은 낡아졌고 오직 그 안에 봉인 된 부채만이 밝게 빛이 나고 있었다. 항연은 수시로 들러 인간 세상을 이야기 해주고 부질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었다.
깨어나면, 꼭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겠노라며.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도깨비가 요선을 깨웠다는 소식에 그는 부리나케 요선에게로 갔다. 요선은 자신을 깨운 도깨비와 함께 지내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항연은 무언가 아니꼬왔다.

“...요선은 너희들 따위랑 같이 지낼 급이 아니란 말이다.” 항연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요선에게 찾아가지 않은 지 하루, 이틀... 몇 십년...
항연은 그가 보고 싶었다. 바람에 따라 살랑이는 부드러운 머리칼이나 붉게 빛나는 매혹적인 눈... 그리고 부드러운 그의 피부까지. 모든게 그리웠다. 항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요선의 거처로 뛰어갔다.


요선의 거처에 도착한 항연은 눈을 찌푸렸다. 그를 깨운 도깨비의 냄새 외에 인간 피로 가득한, 살기가 가득한 냄새가 항연의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저급한...”
항연은 그가 절대 그 둘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다시금 생각하며 그를 데려가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요선을 찾았다.
맑은 기운. 요선의 기운이었다.

“요선!”
항연은 멀리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요선을 발견하고는 뛰어갔다.
“...”
“...?”
부름에도 미동도 하지 않아 그는 의아해하며 요선에게 다가갔다.

“요선...?”
그를 흔들어 깨웠지만 숨만 쌕쌕 내쉴 뿐 반응이 없었다.
“설마...”
항연은 급하게 그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얼굴에는 땀이 나고 있었고, 얕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도깨비는 양기를 채울 필요가 없을 텐데...”
분명 봉인 도중에 그의 힘도 같이 봉인 당하여 약해진 것 이리라. 그리 생각한 항연은 어쩔 줄 몰라하였다.

“양기... 양기를 주면...” 그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요선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달아올라 분홍 빛을 띄는 입술이 꽤나 달콤하고 탐스러워 보였다.

“....”
항연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제 입술을 요선의 입술에 겹쳤다.

항연의 양기가 입을 통하여 요선의 몸 구석구석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내 요선은 눈을 떴고, 그와 동시에 항연은 입을 떼어냈다.

“항연....?”
여전히 몽롱한 눈으로 요선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운 얼굴이다. 요선의 채취도, 머리칼도, 눈도... 모두 그리웠던 항연은 이내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하고 그를 품에 안았다.

“...보고 싶었어, 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