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컾☆

요선_바람과 바람

슝블리 2019. 7. 7. 02:57

“요선.”

그를 부르는 신들의 목소리에도, 요선은 계속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예.”
“그대는 정녕 신이 될 생각이 없는 것인가.”

그 신들은 요선을 꽤나 아끼는 신들이었다. 그의 재능이 아까워서, 그를 태어나게 한 소원들이 아까워서 그에게 신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었다.

“예. 저는... 신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어째서인지 물어봐도 되는가.”
“...저는 아무리 고귀하다 하더라도 그저 도깨비일 뿐... 저보다 적임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이라? 그대는 가족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마음만 통한다면 가족이라 생각합니다.”
“흠...”
“그 외에도, 아직 세상에 미련이 많이 남은지라.”

요선은 생긋 웃고는 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대의 뜻은 잘 알겠다. 하지만... 우리도, 항연도 그대를 신으로 만드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요선은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 들이 있던 방에서 나오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그의 곁으로 불어왔다. 그 바람과 함께 한 사내가 나타났다.

“요선.”
“항연.”
항연은 바람을 관장하는 신이며, 요선을 눈여겨보던 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요선을 사랑하고 있는 신이기도 하였다.

“혹시 다른 신들이 널 괴롭힌 건 아니지?”
“걱정마. 그 분들은...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시니.”
“...그건 맞지만...”

항연은 그가 또 신의 자리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 실망한 눈치였다. 그를 알아차렸는지 요선이 입을 떼었다.

“항연. 나는 신이 될 자격이 없어. 힘도 잃고... 감정도 있어.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나는... 신이 될 수 없어.”
그의 곧은 목소리와 흔들리지 않는 눈빛에 항연은 한 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요선.”
“...”

‘난 기필코 너를 내 옆에... 아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할테니까.’ 항연은 채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말을 삼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