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컾☆

요선_지키다_2

슝블리 2019. 7. 2. 22:11

정신을 잃은 요선을 감싼 것은 바람의 신, 항연(䬕演)이었다. 밤하늘을 떼어놓은 듯한 흑빛 머리칼과, 태양을 담은 듯한 금빛 눈은 무엇이든 꿰뚫어보는 듯 했다.

“....”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진 요선을, 제 품에 안았다.
“ㄷ...당신은...!”
여태껏 요선과 싸우던 신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내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정말 죽고 싶은가 보네....”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살기가 가득하였다.
“ㅇ...아닙니다....!”
“그럼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그의 차가운 눈빛에, 신은 몸을 떨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항연의 두 눈은, 금산과 명이에게로 향했다.


“으.....”
요선은 긴 속눈썹을 바르르 떨며 눈을 떴다. 익숙한 냄새. 항연의 냄새였다.
“요선.”
그가 다정한 얼굴로 요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연...? 여길 어떻게... 윽....”
요선은 제 심장을 움켜쥐었다.
“힘을 많이 써서 그래. 내 힘을 조금이라도 채웠으니 괜찮아질거야.”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았다. 집이 아닌 그저 깊고 맑은 숲 속이었다.
“여긴...”
“요선아.”
“...?”
“신계로 가자.”
“....안돼. 나는... 소중한 걸 지켜야해.”
“소중한 걸 지키다, 너가 죽어도 좋다는 거야?”
항연의 목소리가 화난 듯 높아졌다.

“항연이 화내는건 처음이네.”
“...요선.”
“항연, 나는... 소중한 걸 지키고 싶어. 나에겐 그 둘이 소중해.”
요선은 여전히 곧은 목소리로 당당하게 항연에게 말을 하였다.
“여전하구나 너는.”
“새삼스럽게.”
“...그래, 집에 돌려보내줄게.”
항연은 한숨을 푹쉬고는 그를 그대로 안았다.
“...! 뭐해! 내려줘!”
“아픈 사람은 가만히 있어~”
항연은 그를 놀리듯 말을 했고, 그대로 요선을 안은 채 그의 집으로 갔다.

오두막은 다 태워져 있었지만, 금산과 명이가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항연이 그를 안은 채 사뿐히 착지하였다.
“요선형님!”
명이와 금산이 달려왔다.
“걱정 끼쳤지. 미안.”

요선은 웃으며 항연의 품에서 내려왔다. 요선의 웃음을 보며, 항연의 가슴은 어딘가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