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컾☆

요선_일상

슝블리 2019. 6. 27. 02:46

가득한 서류, 해도해도 끝나지 않은 일. 요선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지도 며칠 째였다. 핸드폰에는 항상 금산과 명이의 걱정 가득한 문자가 잔뜩 이었다.

‘형님 오늘은 오는기가?’
‘요선 형님. 오늘은 얼굴 좀 보고 싶은데...’

“나도 집에 가고 싶다 애들아...”
지칠대로 지쳐버린 요선은 기지개를 쭉 피며 회장실의 커튼을 걷어냈다. 지난 며칠을 이 곳에서 지내면서 회장실은 이미 집이 되어있었다. 물론 수고스러운건 그의 비서, 강 산이었다.

요선은 워커홀릭이라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빠져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 때문에 비서인 산이의 시름만 깊어졌다.

“오늘은 집에 좀 들어가세요. 거의 마무리 단계니까.”
“응. 우리 애들이 화내겠는걸...”
“무슨 40대 가장 같은 말을...”
“푸하하! 그런가? 참. 우리 우리회사 모델건. 아직 안 정했지?”
“네. 혹시 누구 추천이라도...?”
“음... 산이는 어때? 내 동생 김 산.”
“산이 씨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후... 일거리를 안겨줬다고 화내려나~”
요선은 말을 하는 것 과는 다르게 신난 표정이었다. 일을 핑계로 금산을 볼 수 있으니, 그보다 들뜨는 일은 없었다.

“참. 명이가 이번에 또 도자기를 만들었던데...”
“전시회요?”
“응. 가능한 곳 알아봐줘.”
“네.”
아. 나가려던 강 산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왜그래?”
“오늘 퇴사자 면담이 있어서요.”
“아... 그랬지. 왜 퇴사를 하려는 걸까...”
“그건 이제 본인과. 이야기 해보시죠.” 산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회장실을 나섰다.



“똑똑-“
“들어와요.”
끼익- 하고 회장실 문이 열리었다. 그 소리와 함께 퇴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한 명 들어왔다. 아직은 조금 앳된 여성 직원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앉으세요.”
요선은 부드럽게 웃으며 손님용 소파에 안내했고 그 직원은 긴장한 듯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자.”
요선은 따뜻한 차를 건내주었다. 차에서는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듯한 향이 품어졌고, 작지만 아름다운 꽃 하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일 하면서 많이 힘들었나요?”
요선은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네... 조금..”
“아직 입사한지 일 년 밖에 안 되었죠. 그 때는 모든게 힘들고 새롭죠... 저도 그 느낌 알아요.”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직원의 표정은 살짝 울컥 하였다.
“그만 둔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게요. 그 동안 수고 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회장님...”
직원은 고개를 들어 울먹거리는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안 그만둘게요....”
“응?”
“회장님이 위로해주셔서...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힘낼게요!”
아. 요선이 좋아하는 인간의 표정이었다. 역경을 딛고서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가득찬 표정. 요선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퇴사 희망자와의 면담 후, 강 산이 회장실로 들어왔다.
“응?”
“대체 뭘 하고 다니시길래 회사 내에 팬클럽이 있는 겁니까?”
“팬클럽? 그게 뭔데?”
요선이 해맑은 표정으로 되묻자, 산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못 말리시는 분이군요 당신은.”
“하하, 그거 자주 들어.”

기분 좋은 바람이, 공기를 가득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