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유메_구원
**if 세계관 흡혈귀가 되어버린 유메노
“아아-...”
지루해.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 발가벗겨지고 잘라진 몸으로 갇힌 채 며칠이나 지났을까. 페리드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그는 제 몸 상태는 생각하지 않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기에.
“여기 규율을 어기고 흡혈귀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페리드.”
“으음...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걸~”
“....이걸 보고도?”
상위 시조들의 부하들이 누군가를 끌고 왔고, 페리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의 팔에 붙들려 있던 것은 그가 일 평생 사랑한 단 한 사람.
“페리드...”
유메노였다.
“이걸 보고도, 규율을 어기지 않았다고?”
“....”
페리드는 제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거지? 아가씨를 안전하게 빼내올 수 있을까? ....그녀를 빼내와도, 내가 살 수 있을까?’
“페리드!”
“아아-... 거 진짜 시끄럽네. 맞아, 규율을 어겼어. 내 잘못이니까 그녀는 놔줘~”
“하. 무슨 소리지? 이 여자가 제귀군 중위라는 걸, 우리가 모르고 있을 것 같나? 고문해서, 모든 정보를 뜯어낼거다.”
“...그건 좀 곤란한데.”
“뭐?”
“곤란. 하다고.”
페리드는 순식간에 그녀를 붙잡고 있는 흡혈귀들을 반토막 내어 그녀를 제게로 빼내왔다. 그리고 그는 유메노를 데리고 깊은 숲으로 도망쳤다.
“...! 페리드...!” 유메노의 부름에 페리드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네...?”
“도망가.”
“무슨 소리예요... 둘이 힘을 합치면...!”
“아가씨.”
“그치만, 당신을 두고 어떻게 가요...”
“어서 가!”
“....!” 처음으로 그의 무서운 표정을 본 유메노는 눈물을 그렁거렸다.
“죽지, 마세요...”
“하하하... 안 죽을게.”
“꼭 구하러 올게요.”
“응. 알겠어.” 페리드는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사랑하는 얼굴을 제 가슴 속 깊이 새겼다. 어쩌면 다시 못 볼 그녀이기 때문에.
“사랑해.”
“....”
다시금 눈을 떴을때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피투성이의 바닥 뿐이었다. 잠을 잘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저주 받은 몸. 그는 그저 고통을 온전히 느껴야만 했다.
“아아-... 이번엔 얼마나 더 갇혀 있어야...”
“콰앙-!!”
“...?” 그가 벽을 보며 중얼거리는 순간, 바깥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뭐지...?”
그리고 그가 갇힌 방 밖에 흡혈귀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막아...!”
“으악!!!”
그 비명소리는 점점 잦아들더니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그가 갇힌 방 앞에 멈춰서더니 큰 굉음과 함께 문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죽어서도 사무칠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아가씨...?”
“하아...하... 페리드...”
그녀는 지친 모습으로 웃으며 들어왔다. 그녀의 옷은 이곳저곳 더러워지고 찢어져 있었으며, 상처는 없었지만 얼마나 무리해서 들어왔는 지를 증명하듯이 하얀 머리는 피가 언뜻 언뜻 묻어있었고, 얼굴에는 지워지지 않은 피가 묻어있었다.
“왜 왔어...!”
“제가 구하러 온다고 했잖아요...”
“...아가씨...”
“하하... 페리드, 꼴이 말이 아니네요...”
“...그건 아가씨도.”
“그런가요... 보고 싶었어요, 페리드.”
“아가씨....”
그녀로 인해 페리드는, 다시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다.